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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괜찮고 괜찮을 나의 K리그』사랑하고 싶어라
    Essay/Book Review 2020. 10. 26. 22:02

    사랑하고 싶어라. - 『괜찮고 괜찮을 나의 K리그』

     

     

     너무 부럽다.

     정~말 부러웠다. K리그 그리고 성남FC와 함께하는 저자의 일상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두근거렸다. 국가대표에는 핏대를 세워도 K리그에는 심드렁한 사람들 사이에서 K리그를 좋아한다고 당당히 외치는 사람이었다. 해외 리그와 비교하며 손가락질받는 K리그, 그리고 그에서조차 강등당하여 2부리그로 밀리는 팀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강등의 순간에 눈물 흘릴 줄 알았고, 그러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속상하겠냐며 손뼉 쳐주는 사람이었다. 하다못해 이런 팀을 위해 2부리그에서의 전 경기를 모두 직관하며 K리그 팬이라는 이름으로 책까지 쓰겠는가. 사랑이었다. 진짜 사랑이 아니라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애정어린 경험들이 이 책에는 가득했다. 그래서 부러웠다. , 사랑하고 싶어라.

     

     

     화란아, 나도 순정이 있다! ... 아니, 있었다.

     어쩌다 인터넷에서 밈이 된 이 말처럼 나에게도 순정이 있었다. 아쉽게도 과거형으로 표현한 사랑이지만,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냈고 그 감사한 마음을 학생들과 만나며 돌려주고 싶었다. 특히 체육 선생님이 되면 나와 학생들이 정말 좋아하는 체육 활동을 하며 함께 성장하리라 꿈꿨다. 2020년을 마치면 8년이란 시간을 교사로서 학교에 있게 된다. 교직 사회에서는 보잘것없이 짧은 시간이지만 내겐 인생의 1/4이나 되는 길고 중요한 시간이었다. 교사를 꿈꾼 시간보다 교사로서 살아온 시간이 더 길어져 버렸다. 그리고 길어진 시간만큼이나 나의 순정은 묽어졌다.

     변명을 조금 늘어놓자.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하늘에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다...고 하기에는 낯부끄럽지만, 남부럽지 않게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좋은 수업을 위해 연수를 따라다니고 공동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더 넓고 깊이 있게 가르치기 위해 대학원에서 석사과정도 성실히 마쳤다. 학교에서는 어린 부장으로 부담스럽고도 중요한 일을 도맡았다. 최선을 다했다. 정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참... 자꾸 무언가 다른 생각하게 된다. 나의 사랑은 옅어진 것 같다.

     좋은 수업을 위해 따라다녔던 연수와 공동체에서는 인지도가 올라가는 것에 뿌듯해했고, 연수를 운영하고 자료집을 만들며 부수입을 생각했다. 더 넓고 깊이 있기 가르치기 위한 대학원은 학생이 아닌 나의 미래에 더 관심 가지게 했다. 학교에서의 맡은 많은 일을 하며 점차 학생을 위하기보다는 책임의 소재를 따지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각각의 일에 합당한 이유는 있었지만 하나는 분명했다. 나에게 예전만큼의 사랑은 없었다.

     

     

     

     그 무엇이어도 괜찮다. 사랑이라면.

    그래서 부러웠다. 저자가 보이는 사랑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K리그를 왜 좋아하냐는 멸시에도, 리그의 치명적인 부정함이 밝혀져도, 우리 팀이 강등당하는 수모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지역 연고와도 관련 없었다. 선수 출신도 아니었다. 축구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순수하게 사랑했다. 그런 사랑은 어떻게 오는 것일까.

     정말 모르겠다. 아무리 책을 다시 돌려보아도 어떻게 저자가 K리그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수없는 흔들림을 어떻게 이겨냈는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사랑을 지키는 게 무슨 말이냐고 비웃든 당연하게 우리 팀을 좋아한다. 피해 의식과 싸움이라면서도 K리그 팬임임을 자처한다.

     나에게는 요즘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시기이다. 변명이란 정말 재밌다. 어느 방향으로 흔들리며 가고자 해도, 그 길을 가지 말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래서 그렇다. 정말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는 명확한 이유가 아니다. 이 책을 통해 느낀다. 가지 말아야 하는 수없이 많은 이유 속에서도 괜찮다고 당당히 외치며 사랑해야 한다. 사랑한다면 그것이 무엇이어도 괜찮다, 괜찮고 괜찮을 나의 K리그란다. 괜찮고 괜찮을 나의 인생이다. 다른 사랑을 부러워하지 말고 나의 사랑을 하자. 그거면 된다.

     

     

     사랑합시다.

     참... 세상 부끄럽다. 사랑합시다라니...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런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정말 무엇이어도 괜찮다고, 표현하라고, 사랑하라고.

     매 순간 승패로 나뉘는 스포츠의 잔인함 속에서 팬들은 이렇게 순수한 사랑을 한다는 건 너무나 역설적이다. 이 책을 읽으며 FC안양의 경기 일정을 찾아봤다. 한번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리 동네에도 글쓴이 같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승리만을 외치며 승패를 넘는 사랑을 표현하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을 모든 분께 전하고 싶다. 이들처럼 사랑하자고. 그리고 만약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읽고 스포츠에 빠져보길 추천한다고.

     

     

     괜찮고 괜찮을 나의 K리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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