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육 교사 정체성을 위해서는 지식이 필요하다.Essay/Education Essay 2022. 11. 4. 11:59
좋은 체육교사가 되고 싶었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석사 과정에서 체육교사 정체성에 관한 논문을 쓰기에 이르렀다.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른 전문직들의 요소와 비교하며 체육교사라는 전문직은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해 보았다(이용진, 2018). 학생을 중심으로, 자신의 교과를 사랑하며,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한 이들의 사명 속에서 좋은 체육교사란 멀리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전문인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 가지 마음속에 걸리는 것은 있었지만 크게 문제 삼을 것은 아니었다.
이용진(2018: 138, 145) 미국으로 넘어왔고, 다른 문화가 가장 먼저 나를 멈춰 세웠다. 미국에서 체육 교사는 존경받거나 안정적으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체육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월급의 직장이며, 특별한 전문성 없이 장소를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는 가득하다. 아니면 학교 스포츠 팀을 지도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 잠시 머무는 직업이다. 그렇기에 조금 더 좋은 수업을 해야 한다는 열정으로 헌신하거나, 학생들을 성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내가 가르치는 체육을 사랑한다는 마음을 기대하기 어렵다. 체육 교사 본인들이 자신의 직업을 높게 평가하지 않으니 학생, 학교, 사회도 존중과 존경을 담지 않는다. 체육관은 식당으로 바뀌고, 한 번에 두세 개의 반이 한 번에 수업을 하기도 하고, 고등학교에서는 한 학기의 수업만이 요구된다.
이런 맥락 속에서 좋은 체육을 위해서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우리나라에서는 체육 교사들과 함께하는 노력이 활발하다. 교사라는 존경 받는 직업에서 체육이라는 교과가 소외받지 않기 위해서 열정을 다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동체가 효과적 역할을 수행했다. 좋은 체육 수업 나눔 연구회를 위시로 수많은 체육 수업 공동체는 수업을 성찰하고 좋은 사례를 나누며 좋은 체육 수업을 이끌었다. 한두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자발적 공동체를 통한 노력은 효과적이었다. Learning Community & Continuous Professional Development가 한국에서 많이 연구된 것도 (Parker et al., 2022) 그 때문일 것이다. 효과적이었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공동체를 통한 방향은 그저 추가적인 부담이고 불필요한 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것들도 힘든데 추가적인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귀찮은 일일 뿐이다.
좋은 체육을 위해 노력하는 미국 연구자들의 수많은 고민과 연구의 결과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다. 가르쳐야 할 것이 더욱 명확한 교과, 대학에서의 운동학의 발달을 담는 교과, 평생의 건강한 삶을 위해 꼭 배워야만 하는 교과로서 측정 가능하고, 전문적인 지식에 집중한다. 스포츠를 배운다며 공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운동 능력을 향상한다며 불필요한 체력 측정만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이해하고 그것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념중심교육과정(Conceptual physical education; Corbin, 2020)이라 부른다. 건강에 대한 더 높은 관심과 신체 활동의 중요성은 체육 교과가 했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과 함께 구체적인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 수업을 듣고 있는 Dr. Chen은 Physical Literacy를 앞세우며 지식을 통한 학교 체육 교육과정의 재구조화가 중요함을 강조하며 최근 책으로 자신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Chen, 2022).
반박하려 했다. 현장을 모르는 소리를 한다고. 학생들이 신체활동을 경험하며 느끼는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렇게 해서 얼마나 많은 배움을 얻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체육 수업의 형식이 학생들의 삶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는지는 얼마나 장담할 수 있을까. 지금 운동을 잘하는 학생들이 주목받으며 자신감을 얻었으니 되었다고 말할까? 신체활동을 통한 도전 의식을 발휘했으니 삶의 다른 문제들에도 도전할 수 있다고 말하려는 걸까? 중강도 이상의 신체활동을 경험했으니 건강해졌다고 해야 할까? 체육이라는 교과로서 수업을 하고 배우는 것은 그렇게 누군가만 주목받으며, 전이될 것이라 가정하고, 지금 이 순간의 도움만을 얻는 것이라고 말해야 하는가.
지식은 깔끔하다. 특히 신체활동의 질과 시간의 증가를 통한 건강한 삶이라는 궁극적 목표라면 지식이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교 밖에서 신체활동을 제대로,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는 것이 체육 교과의 목적임이 선명해진다. 수업 중 스포츠를 배우고 이후에 참여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상기하지 않아도, 수업 중 신체 활동에 열심히 참여해놓고 졸업 후 신체 활동을 위해 다른 프로그램의 등록하는 사람들을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히 지식의 중요성은 말할 수 있다. 가르쳐야 할 것도 확실하고, 그것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도 확실하다. 뒷받침할 이론도 충분하고 지식 이해가 미래 건강한 신체 활동 참여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도 충분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도, 체육 교사들이 자신의 활동에 자부심을 가지고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할 내용이 생긴다.
결국 체육 교사다. 체육 수업을 전달하는 교사의 정체성이 그 수업의 질을 결정한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신체활동 시간을 주었다는 것만으로 편하게 흘러가서는 좋은 수업이 나올 수 없다. 잘 알지도 못하는 스포츠를 이리저리 배우며 설명하는 것은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흔들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해오던 수업 방식, 특히 스포츠를 활용하여 교육하는 방식은 체육 교사로서 전문적 정체성을 만드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석사과정을 하며 마음속에 걸렸던 한 가지이다. 체육 교사의 전문적 정체성을 찾았지만, 그 정체성의 중심에는 교육자로서 헌신하는 모습과, 학생을 중심에 두고 생각한다는 생각,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도 체육을 사랑한다는 마음이 있었다. 체육을 사랑한다는 마음은 내가 하고 있는 것을 아낀다는 마음이었고, 그것은 언제나 흔들릴 수 있는 '마음'이었다.
든든한 뿌리가 깊은 정체성을 세워야 한다. 흔들리지 않고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전문직으로서 체육교사의 정체성의 중심이 있어야 한다. '지식'은 기둥이 될 수 있다. 학생 중심, 헌신, 체육 사랑이라는 신념을 든든하게 묶어 줄 기둥이 될 수 있다. 지식 없는 마음은 흔들리기 쉽고 언제든 무너져 내릴 수 있다.
개념 중심 교육과정은 체육 교육의 내용뿐 아니라 체육 교사의 정체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