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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체육에 스포츠는 어떤 위치여야 하는가?
    Essay/Education Essay 2022. 9. 25. 11:06

    학교 체육에 스포츠는 어떤 위치여야 하는가?
    : 한국과 미국의 학교 체육에서 스포츠를 바라보는 차이 

    10년간 한국에서 체육을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며 스포츠를 가르치는 것에 전혀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았다. 07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에서 신체활동 가치 중심 교육과정임을 분명히 했지만 스포츠를 통해 그것을 가르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스포츠를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지 몸으로 경험했고, 스포츠를 보며 그 문화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느꼈고, 실제로 내가 하고 있는 것도 스포츠였기에 아주 당연했다. 대학에서는 스포츠를 중심으로 인문적 체육교육을 지도하는 교수님을 만났고, 체육 교육의 정당화를 스포츠 문화로의 입문으로 배우고 공감했기에 더욱 불편함이 없었다. 건강이 체육의 핵심이라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스포츠를 제대로 배우고 참여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또한 스포츠가 충분히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분명 스포츠의 인기는 높았고 올림픽이나 국가 대항 경기가 있을 때면 언제든 두 손 두 발을 모두 걷어붙이고 응원하지만, 거기까지이다. 승리하는지, 얼마나 좋은 성과를 내는지에만 관심을 가지며 스포츠를 문화로서 받아들이고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렇기에 더욱 스포츠가 얼마나 중요하고 문화적 가치를 가지는지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에게 한국에서의 체육은 스포츠를 가르치는 시간이었다.

    미국에서 개념 기반 체육교육(Concept-based Physical Education, CPE)을 강조하는 수업을 들으며 다른 것을 느낀다. 신체활동의 기전, 방법, 효과 같은 지식을 중심으로 신체활동을 이끄는 체육 수업을 강조하며 스포츠를 가르치는 것을 죄악시한다. 스포츠를 가르치는 것은 교사가 준비하지 않고 가르치기 쉬워서이며, 건강을 위한 신체활동을 충분히 알려주지도 보장하지도 못한다고 말한다. 피트니스(Fitness)를 산물(Product)로 여기고 그것을 강조하는 것은 건강 증진에는 효과가 없으며 스포츠를 가르치는 것에서 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신체활동(Physical Activity)은 과정(Process)이며 졸업 후 평생 지속하기 위해서는 신체활동 경험과 함께 정확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에서 체육 수업 중 건강 영역을 가르치며 스포츠를 배우며 경험할 수 있게 하거나, FITT만을 이용하여 운동 처방에 목표를 둔 것과는 아주 분명한 차이가 있다. 미국 학교 체육은 훨씬 더 많은 건강 관련 지식을 가르치고 스포츠를 적극적으로 배제한다.

    미국은 스포츠 천국이다. 미국에서의 스포츠는 접근성이 너무나 높고, 문화적 중요성도 아주 크다. TV를 틀면 가장 먼저 찾을 수 있는 건 언제나 스포츠 경기이다. NBA, NFL, MLB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가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심지어 요즘에는 외국에서의 축구 리그까지 관심을 가지고 보기도 한다. 펍에 가거나, 헬스장에 가거나, 어느 곳이든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스포츠가 중계되고 있으며, 이곳저곳 광고들은 오늘의 게임을 소개하고 스포츠 스타를 활용한다. 보는 것뿐 아니라 하는 것에도 문제가 없다. 스포츠 시설은 한 골목에 하나씩 있으며 너무나 넓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집 옆 YMCA에는 농구장 코트 4개가 붙어 있고, 축구나 풋볼을 할 수 있는 필드도 3개나 있다. 오후에는 학교를 끝낸 학생들이 각자의 스포츠를 즐기러 떠난다. 스포츠는 미디어와 시설을 통한 접근성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미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각 지역과 학교에는 항상 스포츠 팀이 있다. 함께 모여서 팀을 응원하는 것은 그들의 일상 중 하나이다. 개인주의를 강조하면서도 함께 사회를 안정적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함께 팀을 응원하며 형성하는 공동체 의식 및 정체성 때문인 것 같다. 스포츠를 미디어로도, 직접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곳이기에 미국 학교 체육에서 스포츠는 더 당연하고 필요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현실이 비록 그러하지 않을지라도...)

    스포츠가 생활과 문화로서 너무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오히려 체육 교육에서는 가르쳐야 하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학교는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성장을 위해 제공되거나 선택하는 공간으로서 기본적으로 모든 학생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미 가정 및 사회에서 경험하고 배운 스포츠를 모든 학생들을 위해 다시 가르치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불필요한 일이다. 어떤 학생은 풋볼 선수로 커왔을 것이고, 뒷마당에서 농구를 매일 하고 있을 것이고, 매일 주말 야구 경기가 잡혀있을 것이다. 어떤 가정은 MBL 뉴욕 양키즈를 사랑하고 어떤 가정은 NFL 달라스 카우보이스를 강력히 지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학교에서 스포츠를 가르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매우 어렵고, 문화를 전수하는 것에도 혼란과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학교 체육이 학생들이 신체활동 및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다. 상황은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중고등학생은 학교와 학원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한다. 학교가 끝나고 당연히 스포츠 시설로 가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우며 운동을 했던 학생들도 학년이 올라가며 점차 줄여가야 한다는 조언을 듣는다.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학교는 특수목적고등학교로서 가슴이 아플 정도로 스포츠는 꿈도 꿀 수 없었다. 6시 반에 일어나 밤 11시가 될 때까지 스포츠가 허락되는 시간은 짧은 쉬는 시간과 체육 시간이 유일하다. 스포츠를 보지도 듣지도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점차 신체활동에서도, 스포츠에서도 점차 멀어진다. 그리고 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이들이 단순한 경기 결과에만 집착하도록 부추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서는 학생들에게 스포츠를 가르치는 것은 문화 전수를 위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졸업 후 신체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중요한 가치가 된다. 

    각국의 문화적 차이는 학교 체육 교육과정에도 영향을 끼친다. 문화를 고려하지 않고 외국의 교육과정이 좋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 유럽과 호주에서의 체화와 비판적 체육교육에 대한 흐름도, 미국에서의 건강 관련 체육 수업도 우리나라의 맥락에 맞게 해석되고 선별되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양국에서 체육을 가르치고 배우고 있는 나의 경험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준다. 앞으로의 경험은 어떤 생각을 불러올까. 그리고... 결국 학교 체육에서 스포츠는 어떻게 위치해야 하는 걸까. 지금까지의 길을 넘어 앞으로의 학교 체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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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journey of Physical Educ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