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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농담] 하고 싶은 말 하기Essay/Book Review 2022. 2. 13. 18:37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멋지고 슬프고 좋은 것을
농담하며 만들었나’하고 싶은 말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그것이 독특하고 멋져야 한다는 집착이 있다. 나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깊이 파고 들어가려 했다. 무언가가 있기를 바라며 내 안을 이리저리 뒤적였다. 역시나 실패하고 있다. 아무리 뒤적여봐도 자꾸 흐트러지기만 할 뿐 무언가 잡히지는 않는다. 잡히는 게 없으니 확신도 없고 그것을 전달하기도 어렵다. 무언가를 알아내서 확신과 함께 내놓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다.
복잡하기만 한 내 속을 부여잡고 고개를 들어보니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창작자란 이름으로 불리는 결과물을 내놓는 사람들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생각을 꺼내놓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자신 있어 보이는, 그리고 성공적이여 보이는 그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슬아라는 창작자가 황소윤, 김규진, 장기하, 강말금, 김초희, 오혁이라는 창작자를 만났다. 창작자들이 만나 창작의 과정을 묻고 답했다. 도움이 된다. 좋다. 그런데 그보다 눈에 띄는 것은 책 내용보다 서문으로 인용된 글이다.
자신의 내부로 깊이 파 들어가면 뭔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했는데,
무려 백 년 전의 사람들도 같은 일을 했던 모양이더라고요?
그렇게 해도 결국 알아내지는 못했다고
그들이 말하는 듯했습니다.
― 타카노 후미코, 정은서 역, 『나를 해체하는 방법』, 고트, 2020, 21쪽.이 서문은 마치 걱정하지 말고 읽으라는 멋진 주의사항 같았다.
"주의! 이 사람들도 자신의 내부를 긁어보고 있을 뿐, 결국 알아내지는 못했으니 걱정 말고 읽으세요!"
황소윤, 김규진, 장기하, 강말금, 김초희, 오혁과 같은 특별한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수는 있지만 이들도 어려워하고 있으니 편하게 만나보라고 소개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덕분에 책을 읽으며 이들의 단단함과 멋짐에 배는 아팠지만 다행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다시 나도 내 자리로 돌아가 나를 박박 긁어대며 나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 무언가 엄청나고 특별한 것을 알아내는게 아니라 이렇게 긁고 있음을 보여주는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돌아가 내 것을 찾고 보여주는 과정으로 돌아가자.
행복하게 잘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