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강사 생존기 3. 경쟁하지 않는 문화
    Teaching class at UNCG/FA 22 KIN 110 2022. 8. 24. 08:02

    Rec field에서의 첫 수업이다. 진짜 엄청난 땅덩이의 힘. 이렇게 광활한 대지에 천연 잔디가 잘 관리된 곳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축구장 2개는 거뜬하게 들어갈만한 넓은 공간에서 얼티미트를 가르친다. 

    이런 곳을 한국에서 찾을수는 있을까?

    학생별로 차이가 많이 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들 너무나 쉽게 배우기 시작했다. 뭐 사실 기본 백핸드를 배우는데 오래 걸리는 활동이 아니니 빠르게 진행하는 게 맞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확히 설명하고 좀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뭐...ㅎㅎ 별로 그럴 필요가 없었다. 15분 정도면 충분히 백핸드를 배우고 활용하는 데는 모두 문제가 없었다.

    게임을 했다. USA Ultimate에서 추천한 게임은 점차 거리를 넓히는 백핸드 연습 방법이었는데, 이해하고 잘 따랐다. 물론 재미는 조금 덜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쉬웠고, 누군가에게는 정확한 동작을 배우기 보다는 거리를 늘리는 것에 집중했다. 부족한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주었고 잘하는 학생들은 자유롭게 연습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바꿔주었다. 문제는 다음 활동이었는데, 4명이 한 팀으로 만들어서 빠르게 디스크를 목표하는 곳까지 찍고 돌아오는 활동이었다. 일단 경기 자체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고, 그 경기를 모든 사람들이 한 번에 진행하니 다들 똑같은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했고, 팀을 원하는 대로 구성했더니 잘하는 팀과 못하는 팀이 너무 극명하게 갈렸다. 구성의 잘못이었다. 명확한 설명을 준비했어야 하고, 내가 팀의 수준이 비슷하게 구분했어야 한다.

    그런데, 하나 더 특이한 점은 경쟁하려는 문화가 덜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체육 수업은 많은 것을 경쟁에 기반해 수업을 준비했다. 간단한 준비운동을 하더라도 옆 사람과 대결을 했고, 팀을 구성해 활동 단계를 비교하며 진행하기도 했다. 스포츠를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니 수업 시간이지만 경쟁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경쟁은 재밌는 것이라는 생각 속에 흥미를 이끄는 요소로 활용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문화가 덜 한게 느껴진다. 옆 사람보다 잘하고 못하고를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의 활동에 신경 쓰고 다른 사람들이 잘하고 못하고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옆 팀보다 빠르게 활동을 마쳐야 한다는 말에 어색함을 드러내고, 상대와 대결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인지 의문을 가지는 표정이다. 그보다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에 더 집중한다.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이 함께해서 그럴까?
    다양한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어색할 정도로 그냥 모든 학생들이 완전히 다르다. 미국에 오기 전 내게 인종을 구분하라고 한다면 흑인, 백인, 황인 정도로 구분했을 것 같다. 하지만 여기 와서보니 그건 완전히 잘못된 이야기이다. 모든 개인이 각자의 피부색과 몸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어느 정도의 기준을 가지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모두가 다르니 그 모두를 인정하는 것에 매우 민감하다. 어떤 종류의 비슷한 사람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판단하지 않는다. 몸은 이래야 해, 이렇게 움직여야 해, 이렇게 말해야 해라는 것들이 전혀 없다. 그저 너는 너대로 그렇구나. 나는 나대로 이렇단다라고 바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너와 내가 경쟁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이 다르데 그것을 지금 바로 배운 것으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색한 상황을 불러일으키는 건 아닐까?

    학교에서의 모든 활동이 경쟁 요소가 없기 때문일까?
    직전 외국어 고등학교에서의 경험이 잔상처럼 남아서일까, 내게 학교는 경쟁하는 공간이었다. 학습과 교육의 공간이지만, 그것은 서로 비교하고 순위를 매기며 경쟁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경쟁적이냐고 묻는 것 조차 매우 조심스러울 정도로 학교에서 경쟁이란 개념이 매우 적다. 상대평가라는 말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학생들이 이 수업을 통해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는지 명확한 기대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렇게 배워왔으니 체육에서도 기술을 배우고 더 활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 그것이 누구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 같다.

    경쟁 대신 나는 어떻게 학생들을 흥미롭게 할 것인가? 경쟁 없이 어떻게 게임을 만들고 그것을 즐기게 할 수 있을 것인가? 경쟁하지 말고 서로 행복하게 신체활동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가치관 속에서 체육을 가르쳐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나보다. 아직 한참 멀었나보다. 다행이다. 여기서 경쟁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배워가야겠다.

    Comment

A journey of Physical Educator